오 베로니가 2023. 3. 27. 23:53

 

 

 

 

 

                                            고요를를 그리다 .                 장영숙

 

 

 

 

연일 아침 안개

하오의 숲에서는마른 바람 소리

 

눈부신 하늘을

동화책으로 가리다.

덩굴에서 꽃씨가 튀긴다.

 

비틀거리는 해바라기

물든 잎에 취했는가

쥐가 쓸다 만 멕고모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법당 쪽에서 은은한 요령소리

맑은 날에

낙엽이 또 한 잎 지고 있다.

 

나무들은 내려다 보리라

허공에 팔던 시선으로

엷어진  제 그림자를

 

창호에 번지는 찬 그늘 

백자 과반에서 가을이 익는다.

 

화선지를 펼쳐

전각에 인주를 묻히다

이슬이 내린 청결한 뜰

마른 바람 소리

아침 안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