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2020. 2. 7. 14:41다른나라 둘러보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국민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국가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행복지수도 비례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국민총생산(GNP)이 아무리 높아져도 빈부(貧富)격차는 깊어만 가고 생존에 위협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빈곤 계층은 오히려 가난할 때보다 사회적 비용이 많이 지출되기 때문에 점점 더 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후진국보다 선진국이 오히려 더 많다.경제 수준이 낮을 때에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철학대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선진국이 된 지금은 돈 없이는 한순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사회구조가 됐다.

 

인간존엄의 척도인 삶의 철학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불편함을 넘어 미래는커녕 눈앞의 생활을 위협하는 가난은 인간을 불편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그러면 가난은 불편하고 초라하기만 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낮은 경제 수준에도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 부탄에서 찾으면 어떨까.

 

저 멀리 히말라야 동쪽 해발 3000~4000m 고산 준령지대, 중국과 인도의 틈바구니에 있는 인구 75만의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나라가 부탄이다.

 

부탄은 비록 현대국가 부(富)의 잣대인 GNP 수준은 낮지만,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는 세계 1위다. 세계에서 GNH가 GNP 지수보다 높은 유일한 나라이다.

 

부탄과 달리 경제적으로도 부유하면서 행복한 국가들도 있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복지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경제적으로 부유하면서도 어떻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었을까.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개발해법네트워크(SDSN)’는 2012년부터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해 오고 있다. 이는 부탄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조사로, 소득(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신뢰(부정부패) 등 6개 핵심 변수를 측정해 합산한 후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사대상 국가는 모두 156개국이며, 2019년 1위는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핀란드가 차지했다.

 

왜 이 두 나라는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최상위권에 있는 것일까. 부탄은 가장 가난하면서도 국민이 최고로 행복해 하고 있고 핀란드는 잘사는 복지국가이면서도 세계행복지수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부탄과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도 ‘성장’을 ‘행복’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불행한 사람’이 없는 나라 부탄…

인간은 ‘경제의 도구’ 아닌 ‘행복의 대상’

 

부탄에는 ‘불행한 사람’이 없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인간을 ‘경제의 도구’로 보지 않고 ‘행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부탄에는 ‘행복한 사람’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국민을 구분한다, 그래서 역대 왕들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왔다.

 

생산성과 소득, 성장 주도가 아니라 ‘국민총행복’ 증진이 부탄 국가정책의 철학이다. 타인이 행복해야 나의 행복이 증진된다는 공동체 행복을 추구한다. 나라가 가난한데 어떻게 행복지수가 높다는 말인가. 자본주의 사고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행복은 정책이다’ 부탄이 준 충격

 

가장 행복한 나라 ‘원조(元朝)’는 부탄이다. 부탄은 2010년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신(新)경제재단이 각국 삶의 만족도, 기대수명, 환경오염 등을 기준으로 작성한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GNI)는 2000달러 수준이다.

 

국제사회는 부탄의 행복 비결에 이목을 집중했다. 부탄은 2008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국민 행복을 증진하는 활동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을 명시했다. GNH를 만들어 국가 발전을 측정하는 지수로 삼고 5년마다 조사를 벌였다.

▲사회가 공정하게 발전하고 있는가

▲문화를 보존하고 증진하는가

▲생태계를 보전하는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는가를 4대 기준으로 삼고 9대 영역, 33가지 지표로 구체화해 GNH를 산출했다.

 

행정은 높게 측정된 지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낮게 측정된 지표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집중됐다. ‘부탄 행복’을 연구해온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저서에서 부탄 관리의 말을 소개한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엔 관심이 없다. 우리의 역할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정책이다.’ 국제사회가 부탄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행복은 개인이 추구해야 할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과 제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를 발견한 세계 저명 학자들은 무릎을 쳤다.

 

전문가들은 “GDP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쓸모없는 발명품”라고까지 했다. 국제사회는 “우리는 부(富)를 웰빙(삶의 질)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성했다.

 

유엔은 2011년 행복결의안을 채택했다. 부탄이 주도한 행복결의안은 회원국들이 행복 증진 정책을 제도화하도록 독려했고, 공공정책을 통해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연구가 확산했다. 호주는 커뮤니티웰빙지수를, 영국은 국가웰빙지표를 잇달아 만들었다.

 

현대 자본주의는 행복의 척도를 경제력, 즉 돈이 많고 적음이 좌우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부탄 국민은 돈이 많다고 우쭐대거나 적다고 초라해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교육도 서구식 자본주의 교육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삶과 지혜를 배우는 국민총행복 교육과정을 학습하고 있다.

 

현재 부탄의 산림 비율은 72%이다. 여기에 국토의 절반이 국립공원, 자연보호구역,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모든 보호구역이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덕분에 아열대 정글에 있던 호랑이가 2년 뒤 4000m 고산지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전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농지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인구의 62%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경지는 3%에 불과하다. 그래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다. 국토가 온통 산이다 보니 가파른 산비탈도 개간해 옥수수 등을 재배한다. 그는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산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부탄 국민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일찌기 1970년대부터 GNP보다 GNH가 중요하다며 실행해 온 나라다. 2015년 조사에서 국민의 91%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GNH는 건강·생활수준 등 9개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생태적 다양성과 회복탄력성’이다. 자연을 보전하면 행복해진다는 얘기이다.

 

부탄은 GDP로는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1999년 텔레비전과 인터넷 보급을 처음 허용했고, 2008년 정년과 탄핵 규정이 있는 입헌군주제를 도입했다.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멀지만 생물다양성 말고도 풍요로운 것이 있다.

 

이 나라가 내보내는 온실가스보다 공기로부터 흡수하는 양이 많다. 해마다 220만톤의 탄소를 방출하지만 숲이 그 3배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또 높은 낙차를 이용해 발전한 수력전기는 관광에 앞서 수출품 1위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력발전은 환경을 고려해 잠재력의 절반만 개발하고, 수력전기를 이용한 전기차(車)는 이미 전체 자동차의 10%를 넘겼다. 부탄은 지구 기후변화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는데 피해는 벌써 입고 있다고 한다.

 

●‘행복은 정책이다’ 부탄이 준 충격

 

부탄은 1972년 제4대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때 국민총행복 정책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국민행복지수는 경제적 발전만을 평가하는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경제 발전은 불교적 전통문화에 기초하여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2006년 제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가 즉위했다. 2008년 왕은 민주헌법을 선포했고 부탄은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국가로 바뀌었다. 이 헌법에 행복 정책의 개념과 나아갈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 국민행복지수는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되었다.

 

부탄이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를 계량화해 공식 발표한 건 2008년부터다. ‘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 발전’, ‘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 ‘자연환경의 보존’, ‘올바른 통치구조’를 4대 축으로 심리적 안정, 건강, 시간 사용, 행정체계, 문화 다양성, 교육, 공동체 활력, 환경, 생활수준 등 9개 영역에 33개 지표를 가미해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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