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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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월...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발자국 소리소스라쳐 문을 열면아무도 보이지 않고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겨울비 / 이외수 모르겠어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어디 있는지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모르겠어 돌아보면폐쇄된 시간의 건널목왜 그대 이름 아직도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2025.02.04 -
2월에는 / 이해인
2월에는 / 이해인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2월의 시 / 詩人 이해인하얀 눈을 천사의 시처럼 이고 섰는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답답하고 목마를 때깎아 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당신은 내게 잃었던 주지 못한 일상에새 옷을 입혀준 고통과 근심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내가 살아 있으므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025.02.01 -
노천명 고향
언제든 가리라마지막엔 돌아가리라목화 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아이들이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등잔 밑에서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둥글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접중화 싱아 뻐꾹채 장구채 범부채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곰취 참두릅 개두릅 홋잎나물을뜯는 소녀들은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간도깨비 얘기를 즐겼다목사가 없는 교회당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아프리카서 온 반마처럼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메밀꽃이 하ㅡ얗게 피는 곳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서울 구경이 원이더니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
2024.07.19 -
겨울을 보내며..
눈 -나태주 - 빛깔과 내음과 소리로만 떠돌던 그대의 추억 밤 사이 땅 위에 내려와 머물렀습니다. 새하얀 그대의 속살. 겨울나무 - 이정하 -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 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 속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지금 내 안에는 그대보다 더 큰 사랑 그대보다 더 소중한 또 하나의 그대가 푸르디푸르게 새움을 틔우고 있는데 + + + + + + 이제 눈 내리던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남녁엔 매화꽃 잔치가 한창이어도 내가 사는 서울엔 이제야 예쁜 연녹색의 ..
2024.03.11 -
콩 씨네 자녀 교육
'당신에게 내 기도를 주고 싶어요.. 푸르른 꽃씨 같은 사랑의 마음 너와 나는 하나, 같은 꿈속에 피어 우린 모두 선물이 되죠. 당신에게 내 눈물을 주고 싶어요. 따뜻한 그 물결 같은 진실의 마음 , 아픔 없인 줄 수 없는 엄마의 기도처럼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 '코이노니아 , 우리 모두 선물이 된다' 중에서
2024.02.16 -
한해를 맞이하며
새해 새아침에 + 박노해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눈 내린 대지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처럼 새해에는 조금 더 정직해야겠다 눈보라가 닦아놓은 시린 겨울 하늘처럼 그 많은 말들과 그 많은 기대로 세상에 새기려 한 대문자들은 눈송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도 보라, 여기 흰 설원의 지평 위에 새 아침의 햇살이 밝아오지 않은가 눈물조차 얼어버린 가난한 마음마다 새 아침의 태양 하나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우려 한 빛나는 대문자들은 내 안에 새겨온 빛의 글자로 쓰여지는 것이니 새해 새아침에 희망의 무게만큼 곧은 발자국 새기며 다시, 흰 설원의 아침 햇살로 걸어가야겠다.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