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62)
-
유수지공원은 나의 작은 정원
6월 이외수 바람 부는 날 은백양 나무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귀를 막아도 들립니다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보행에 불편을 드리지 않았는지요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소낙비 쏟아지는 소리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나는 유수지공원을 간다. 늘.송신소가 있던 자리에 생긴 공원인데 작은 공원이지만 아기자기한 것이 예쁘다.주위에 아파트 주민들의 휴식처이면서 산책로이기도하다.공원을 돌면서 묵주기도도 하고 끝나면 유튜브도 들으면서 다니다 보면 4,000보가 넘는다.안양천은 좀 거리가 있으니 이 공원이 안성맞춤이다. 장미를 생각하며 ..
2025.06.04 -
사순절 기도 시
루가복음 잃었던 아들. 주보에 실렸던 사진.방탕한 아들 / 존 맥캘란 스완 (1847-1910) / 1888.캔퍼스에 유채. 111.8 ×157.5㎝ / 테이트 브리튼.영국 런던 성화해설방탕한 아들과 되찾은 아들보통 '돌아온 탕지' ,'방탕한 아들'로 기억되는 예수님의 비유는 작은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존맥캘란 스완은 돼지를 기르던 아들을 그립니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채 어두운 들판을 향한 아들의 등에는 절망이 가득합니다. 아들 뒤에는 붉은 꽃이 피어있고 물독도 있지만,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합니다. 다만 간절한 손만 하늘을 향할 뿐입니다. 성경은 이 비유의 제목을 '되찾은 아들'이라고 적습니다. 아버지가 주어이고 주인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뒤돌아보길, 우리를 되찾길 기..
2025.04.10 -
3월,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3월에는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이 해 인 - 어느 날의 커피 이해인 어느 날혼자 가만히 있다가갑자기 허무해지고아무 말도 할 수 없고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만날 사람이 없다.주위에 항상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이런 날, 이런 마음을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아무리 읽어 내려가 보아도모두가 아니었다.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거리를 걷다 가슴을 식히고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아! 삶이란 ?
2025.03.02 -
벌써 2월...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발자국 소리소스라쳐 문을 열면아무도 보이지 않고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겨울비 / 이외수 모르겠어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어디 있는지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모르겠어 돌아보면폐쇄된 시간의 건널목왜 그대 이름 아직도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2025.02.04 -
2월에는 / 이해인
2월에는 / 이해인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2월의 시 / 詩人 이해인하얀 눈을 천사의 시처럼 이고 섰는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답답하고 목마를 때깎아 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당신은 내게 잃었던 주지 못한 일상에새 옷을 입혀준 고통과 근심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내가 살아 있으므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025.02.01 -
노천명 고향
언제든 가리라마지막엔 돌아가리라목화 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아이들이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등잔 밑에서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둥글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접중화 싱아 뻐꾹채 장구채 범부채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곰취 참두릅 개두릅 홋잎나물을뜯는 소녀들은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간도깨비 얘기를 즐겼다목사가 없는 교회당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아프리카서 온 반마처럼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메밀꽃이 하ㅡ얗게 피는 곳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서울 구경이 원이더니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