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

2024. 3. 2. 16:29카테고리 없음

 

 

 

 

 

너는 나에게
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불어왔다 사라져 가는 그런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무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만 강물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흘러가고 말았다

너와 나는 만났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리고 스스로의 가슴으로 스며서
남남이 되었다
추억은 상처로 새겨져서
무늬만 남았다

우린 그날들을 애써 추억하지 않는다
그냥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뿐이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너와 나는 지금
망각의 시간을 걷고 있다
멀어져 가며 잊혀질 시간이다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운 백 살이 됐으니까

레테의 강을 건너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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