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물들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서울관악캠퍼스 안에 있는 박물관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 기획특별전 ‘붓을 물들이다’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한 장씩 모아 만든 화첩 (槿域畵彙)를 소개하는 전시다. 이 화첩을 만든 인물은 근대 서예가 오세창(1864~1953)이다. 그는 최고의 감식안을 지녔다고 손꼽히는 컬렉터이자,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에 이름을 올린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오세창의 서화 수집과 감식 취미는 중국어 통역관이었던 부친 오경석에게서 이어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방대한 양의 서화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몰두한 것은 이미 서화의 인기가 시들어버린 경술국치 이후였다. 당시 우리 지식인들은 서화를 낡은 유교문화의 잔재라 여겼고, 일본 학자들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 미술을 깎아내..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