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7. 16:27ㆍ기억하고 싶은 시
詩 /이채
살다 보면 사는 일이 쓸쓸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도 좋고
갈매기와 구름만 오가는 섬도 좋고
현실과 멀면 멀수록 좋은 그곳으로
복잡한 생각, 복잡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사람이 싫어져서
회의가 오고 염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과 믿음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에도
그것이 금이 가고 쉽게 무너질 때
가슴엔 침묵의 강이 생기고
고독의 강물이 흘러
사는 일이 서글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우리 사는 이 땅이
미움의 땅이라면 꽃은 피지 않으련만
날마다 커가는 나무가
불신의 나무라면 열매는 맺히지 않으련만
꽃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자 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한 날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부질없는 욕심으로
초라한 자신이 미워지고 슬퍼지고
오늘이 힘들어 울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가장 영리하면서도 가장 어리석은 것이
어쩌면 사람이 아니던가요
세상의 주름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의 주름은 세월이 만들 때
문득 사는 일이 허무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가까이할수록 아름다운 당신 / 이채
당신은 한 번을 만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입니다
향기로운 백합처럼
숲 속의 솔향기처럼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입니다.
차 한잔으로 마주 앉아
말없이 바라만 봐도 편안한
강물처럼 잔잔한 심성늬 물결이
가슴으로 출렁이며
고요한 파문으로 남는 사람입니다.
명랑하면서도 질서가 정영하고
바랄하면서도 절제된 사고의 소유자여!
어느 날의 바람이 괴로울 때
평온한 당신의 모습 떠올리며
여유를 배우고 조바심을 다스려 봅니다.
우리가 건너야 할 바다는 깊고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높아
늘 고뇌의 연속일지라도
가까이 할 수록 아름다운 당신이 있어
잠시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끄러미 당신의 하늘을 바라보면
어느새 흘러가는 내 안의 구름
어느새 날아오는 내 마음의 비들기
가까이할수록 아름다운 당신
그런 당신이 나는 참 좋습니다.
12월에 당신에게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점점 멀어져 가는 시간을 앞에 두고
당신은 무슨 생각에 잠기시나요
황무지에서 곷을 피우기 위해
멈추지 않고 걸어온 시간을 뒤로하고
당신은 또 무슨 꿈을 꾸시나요
날마다 정성스레 가꾸어온 삶의 밭에
봄날의 푸른잎과 향기의 꽃
뜨거운 눈물로 익은 보람의 열매를 기억하며
등잔같은 당신의 겨울밤을 위해
마음의 두 손을 모으고 아늑한 평온을 기도합니다.
당신은 지금도 당신보다 추운 누구에게
선듯 다듯한 아랫목을 내어주지 않던가요
당신의 마음으로 세상은 따듯해요
얼어붙어 깨질가 두려운 12월의 유리창에
당신을 닮은 하얀눈이 인고의 꽃으로 피어나는 계절
도 한해의 행복을 소망하는
당신의 간절한 기도에 귀기울이는 동안
나의 작은 물방울의 떨림으로
얼지 않는 당신의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사막에서 길어 올린 한 잔의 물이
희망의 정원에 파아란 새싹을 틔울것을 믿습니다.
허리를 휘감는 바람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당신에게
은은한 위로의 차 한잔 건네며
이 한마디 꼭 전하고 싶습니다
' 당신의 한 해는 훌륭했노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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