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시 / 이외수
2017. 11. 24. 19:14ㆍ기억하고 싶은 시
11월의 시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을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11월에 꿈꾸는 사랑
시 / 이채
천 번을 접은 가슴 물소리 깊어도
바람소리 깃드는 밤이면
홀로 선 마음이 서글퍼라
청춘의 가을은 붉기만 하더니
중년의 가을은 낙엽 지는 소리
옛가을 이젯가을 다를 바 없고
사람 늙어감에 고금이 같거늘
나는 왜, 길도 없이
빈 들녘 바람처럼 서 있는가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내 소유가 어디 있을까
저 나무를 보라
가만가만 유전을 전해주는
저 낙엽을 보라
그러나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사람도
살아감에 무의미한 것은 없으리
다만 더 낮아져야 함을 알 뿐이다
출처 이채뜨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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