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장
2011. 1. 24. 00:00ㆍ기억하고 싶은 시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 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 나는
안도현
1961년경북 예천에서 태어 났으며, 원광대 국문과를 나와 단국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198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 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전북 이리 중학교에 국어교사로 부임, 이듬해 첫번째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출간하였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지 5년만에 복직되었으며 1996년젊은 시인상을 수상하였고 1
997년 전업작가가되었다.2004년이후에는 우석대학교문예창작과 전임강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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