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2011. 2. 14. 11:47ㆍ기억하고 싶은 시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
1950년 1월 3일생
대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졸업
시집으로 《서울의 예수》,《새벽편지》,《별들은 따뜻하다》 등이 있으며 시선집으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있다.
제3회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엄 마
빗방울 하나가 바다로 가서
그대로 바다가 되어 버린다.
바람 한 줄기가 매화밭으로 가서
그대로 매화 향기가 되어 버린다.
나는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서
그대로 엄마의 가슴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