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문객

2010. 7. 22. 14:35기억하고 싶은 시

 

 

 

허전 시인

 

왼수

왼수

저놈의 왼수

어머니는 내 건너 텃밭을 보고는

이내 호미를 들고 달려가신다

자식보다 더 빨리 자란 개망초가

하얗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는 오늘도 그렇게

개망초와 싸우며 사신다

그래야 해질녘이면 밭고랑이 환하고

개울물에 터진 발 씻는 소리가

뽀득뽀득 정다웠다

 

죽고 사는 일이 늘 그렇게

서로에 숨통을 조였다

 

매미 소리도 목이 멘 늦여름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이 왔다

어머니는 방에 누워 눈을 감고 계시고

비탈진 밭뙈기에는 눈이 시리도록

개망초가 하얗게 피었다

더러는 봉당 밑까지 달려와 피었다

 

저것들도 나처럼 참 모질게 사는구나

내가 지고 마는 싸움인 것을 아는 거야

그래서 서로 욕 한 번 하지 않고 싸운 거지

아가야 아가야

어머니는 개망초 꽃을 자식처럼 부르면서

마지막 눈을 감으셨다

 

어머니 산소 가는 길가에

흰 상복으로 도열한 개망초 꽃들이

바람에 엎디어 흐느끼고 있었다.

 

 

 

                   산다는  것이   개망초처럼 질긴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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