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2023. 11. 28. 15:14전시회

 

 


화려한 빛, 환상적인 색, 그리고 조화의 구조. 그 아름다움의 교차 속에 창조된 예술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가 갤러리위에서 열린다. 정진용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20점의 샹들리에(Chandelier)가 전시된다.

동양화를 전공(홍익대학교 동양화 학사, 미술학 석•박사)한 정진용 작가는 고전의 건축과 종교적 이미지, 대자연과 산수 등 신성(divinity)과 장엄(majesty)을 탐구해왔다. 한지, 아크릴, 먹, 유화물감의 다양한 사용, 압도적 연출, 극적인 명암대비. 보는 이의 시선을 완벽히 장악함과 동시에 이미지를 덮은 크리스탈 비즈의 외피가 공간감을 형성하며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내는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압도'로 감정을 흔들던 정진용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불안'을 배제했다. 위대하고 편치 않은 것들로부터 등을 돌려 '긍정'의 교감을 준비한 것이다. 높은 장엄에서 낮은 화려로의 전이, 작가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선택한 소재가 바로 '샹들리에'다. 정진용 작가세계의 밑받침인 '빛, 색, 구조'를 갖추었으며, '역사성'까지 내포한다. 시선을 잡는 '아우라'도 여전하다.

 

음악 밴드의 동영상부터 틀었다. '동양적 정서에 대한 공감이 없으면서도 재료 등으로 동양적이라고 주장하면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먹힐 리 없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서양 작가들도 동양을 모르면서 먹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힘들다. 정진용은 동양화가지만 서양화 기법으로 작업을 한다. 설치, 영상, 사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 스펙트럼은 넓다. 정진용은 학부, 대학원, 박사까지 동양화를 전공했으니 바탕은 동양화가일 수밖에 없다. 동양화를 공부한 많은 이들이 서양화로 옮겨가면서 어떻게 그릴 것인지를 고민한다. 현대미술의 중심에 훅 들어온 정진용은 애초에 이런 경계나 구분이 없다.

전북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진용은 최근 서울 개인전에서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검은색을 배제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화려하게 그려진 이미지 위에 0.2㎜ 크기의 미세한 크리스털 비즈가 표면을 덮고 있다. 비즈 작업은 사라져 버리고 마는 의식과 시간을 멈추고 가두는 '정지와 감금'을 의미한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박사
수상2005년 송은미술대상전 지원상2001년 송은미술대상전 미술상
경력2005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작품추천위원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4기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1기

 

 

 

 

 

 

 

                                아래 사진들은 정진용 화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다가

                                             그의 다양한 화풍에 매료되었다.

                                        

                                         

 
정진용 작 '나는 국회의사당을 폭파했다' 162x97cm, 수묵.아크릴릭과슈.크리스탈비즈.천에 캔버스(2018)

[요요 미술기행-60] '국회의사당' 작품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미학자가 자신의 책 출간에 앞서 '나는 국회의사당을 폭파했다'라는 글에 넣을 그림을 요청하였다. 사람들은 불타는 국회의사당을 보고 있지만 작가의 시선은 그러한 사람들의 등을 보고 있다. 사람들은 '폭파'라는 상징적 행위를 누군가 해주기를 바란다. 서로 떠밀고 있다. "네가 해. 네가 해" 정진용은 행하는 부류와 보고 있는 존재를 구분한다. '당대 국회를 묘사한 문장'을 대하는 기록이다. 정진용의 동시대에 대한 기록들은 자신이 스스로 세운 작가적 윤리 안에서는 외면하고 지나갈 수 없는 것들이다. 유럽에서 출발한 앵포르멜(informel)은 한국에도 상륙했다. 한국 미술도 이를 받아들였다. 나름 현실 참여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같은 대학, 화단에 속해도 동양화 쪽은 분위기가 달랐다. 동시대를 직시한 메시지 강한 작업은 다들 꺼려했다. 선생들은 노·장자를 앞세우며 현실을 회피했다. 대부분 순종적으로 이 분위기에 휩쓸려간 이들은 작가군에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정진용 작 '촛불행렬' 180 x140㎝, 수묵.아크릴릭 과슈.크리스털 비즈.천에 캔버스(2017)

정진용이 위대한 건축물로 상징되는 폭력과 파괴에 대한 관심은 9·11테러 사건 이후부터였다. 현재 눈앞에서 실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바로 화판 앞에 앉았다. 120호 사이즈의 장지에 사흘 동안 매달려 그렸으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충격적인 파괴의 뉘앙스가 부족한 것이었다. 종이에 불을 붙였다. 장지는 꽤 두꺼워 스멀스멀 타들어 갔다. 그림 위에 뒤덮인 물감층을 녹이고 태우면서 점점 번져나가 반 가까이 불길이 번졌을 때 껐다. 그렇게 탄생한 '911' 작품에 대해 남의 나라 일에 왜 관심을 갖느냐는 황당하고 왜곡된 잣대가 디밀며 들어왔다.

 

 

                  정진용 작 '절대적 타자(Absolute Otherness)' neonsign &wall painting_Dimensions variable(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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