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님의글과그림

2010. 9. 7. 00:17그림

뒤돌아보면 인생 겨우 한나절..... 이외수 글 .그림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아시나요

종일토록 아무 생각없이 태양만 바라보고 있어도
그대가 태양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해바라기는
여름이 다 가도록 그대 집 마당 가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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