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혹은 때때로

2018. 8. 16. 16:48기억하고 싶은 시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


 




늘, 혹은 때때로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 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1949년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 출간을 시작으로 53권의 창작시집이 있을 정도로 시창작 과정이 성실하게 지속되었고, 이 시집 가운데 25권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 바 있다. 해방 후 경성사범학교(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물리교사를 하면서 영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김기림의 눈에 조병화의 시가 띄게 된다. 김기림의 주선으로 장만영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 산호장에서 방황의 시간동안 써내려간 시를 시집으로 묶었고 그 첫 시집이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이었다. 평범한 봉급 생활자로 침전해가던 조병화가 시인 조병화로 탈바꿈한 출발이었다. 해방 이후 불모지 국가, 학교에서 정신적인 방황과 고독을 표출한 그의 시세계는 당시 똑같은 정서의 빈곤 안에 놓인 도시민들에게 위로와 정서적 충만감을 안겨주었다.

1974년중화학술원(中華學術院)에서 명예철학박사, 1982년 중앙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199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