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5. 22:59ㆍ기억하고 싶은 시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으로 하나로 무잔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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