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23:30ㆍ기억하고 싶은 시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 져야겠구나.
남은 시간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를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한 그리움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올 가을엔
영혼이 맑은 인연 하나
내 곁에 두고 싶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가을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솔잎 태우는 듯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바람에 흔들려도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향기를 텅 빈 가슴으로
하늘처럼 품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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