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2020. 4. 24. 16:29기억하고 싶은 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와 메밀묵 사려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집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뜨거운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것을

 



 수선화,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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