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2020. 7. 29. 21:56기억하고 싶은 시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인, 소설가

출생1950년 01월 03일 (만 70세)

경상남도 하동 학력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졸업),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졸업)

데뷔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첨성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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