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엽서

2021. 12. 5. 14:27기억하고 싶은 시

 

이해인수녀, 시인
 
출생1945년 6월 7일, 강원 양구군소속성베네딕도수녀원수녀학력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 석사데뷔1976년
시집 '민들레의 영토'경력2000.~2002. 부산 가톨릭대학교 지산교정 인성교양부 겸임교수

본명은 이명숙, 해인은 필명이다. 어려서 시재(詩才)가 있었고, 언니가 가르멜 수도회에 입교, 수녀가 되는 것을 보았고, 고등학교 시절에 수도자의 삶을 살기를 결심했다. 성의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후 1964년 부산의 올리베타노의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였다.

입회 후 가톨릭 계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소년〉에 해인이라는 필명으로 시를 투고했다. 수도자 서원 후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종교학을 공부했고,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1992~97년 수녀회 총비서직을 수행했고, 1998~2002년 부산 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시집으로 〈민들레의 영토〉(1976), 〈내 혼의 불을 놓아〉(1979),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83)를 비롯해 10권의 시집을 냈다.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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