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2022. 2. 12. 11:51기억하고 싶은 시

 

 

                                                          아리수님  <엄아의 마실>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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