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2022. 8. 22. 19:45기억하고 싶은 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___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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