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생각하고
2022. 9. 5. 15:26ㆍ기억하고 싶은 시
내일을 생각하고
신석정
팔월에 못다한 우리들의 이야긴
아예 뜨거운 가슴에 간직하고 말자.
저 구월 하늘을 스쳐가는 구름을 불러
조용조용히 띄워보내도 좋겠지.
이윽고는 고동색으로 물들은
낙엽송 가는 가지사이로 흘러올
저 쪽빛 구월하늘을 어루만지며
우리들의 마음을 띄워보내도 좋겠지
투박한 석류가 상달을 앞질러
날로 파열을 도모하는 뜨락에
대숲에 뜨는 소슬한 바람을 재우고
다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재우고
긴 꽃향기 지치게 달려드는날엔
추석날처럼 즐겁게 이생을 생각하고
언제나 빛내야 할 내일을 생각하고
오늘은 베토벤 '운명'이라도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