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의 초혼

2011. 4. 25. 11:29기억하고 싶은 시

 

 

 

 

초혼

               -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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