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017. 2. 3. 11:40ㆍ기억하고 싶은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해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0) | 2017.06.01 |
---|---|
이니스프리 섬으로 / 에이츠 (0) | 2017.04.12 |
9월 / 이외수 (0) | 2016.09.18 |
강천산에 살라네 / 김용택 (0) | 2016.06.13 |
4월의 시 / 이해인 (0) | 2016.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