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017. 2. 3. 11:40기억하고 싶은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해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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