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4. 20:55ㆍ나의 이야기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병원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름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기도 하고 때론 막막하기도 하다.
난, 이럴때 어떻게 했나?
돌아 보니 문의 빗장을 잠그고 어둠속에 꽁꽁 숨어 있었다.
혼자 삭히고 혼자 해결했다. 모든 문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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