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2022. 10. 4. 14:09기억하고 싶은 시

 

 

 

 

 

가을바람......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보고 싶은데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 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 한다는 말 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 하지만 깊디 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파도 밀려 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보고 싶은데...

 

 

 

 

 

 

 

나 그대에게 고운 향기가 되리라 ...이해인
  

 

초승달이 노니는 호수로
사랑하는 이여!
함께 가자

찰랑이는 물결위에
사무쳤던 그리움 던져두고
꽃내음 번져오는 전원의 초록에
조그만 초가 짓고 호롱불 밝혀
사랑꽃을 피워보자구나

거기 고요히 평안의 날개를 펴고
동이 트는 아침
햇살타고 울어주는 방울새 노래
기쁨의 이슬로 내리는 소리를 듣자구나

사랑하는 이여!
일어나 함께 가자

착한 마음 한아름 가득 안고서
나 그대에게
황혼의 아름다운 만추의 날까지
빛나는 가을의 고운 향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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