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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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남터성지성당
‘새남터’는 억새와 나무가 많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자로 음역해서 사남기(沙南基)라고도 합니다. 조선 초기 군사들의 연무장이며 국사범들을 처형하던 곳이었는데, 4대 박해 동안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로 주님을 증거하였던 영광의 땅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이곳이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되다가 국가에 대하여 중한 죄를 지은 사람을 처형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세조 2년, 1456년 단종을 다시 임금으로 올리려다 처형당한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이 이곳에서 충절의 피를 뿌린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후 1801년부터 1866년까지 무려 10명의 외국인 신부를 포함한 11명의 신부가 이곳 새남터에서 거룩한 순교의 피를 흘렸다. 조선 천주교회는 창설된 지 11년 만에 비로소 중국인 주문모 신부..
2023.05.30 -
평생 마음으로 만나고 싶은 한사람
인생이란 어차피 홀로어가는 쓸쓸한 길이라지만 내가 걷는 삶의 길목에서 그래도 평생을 함께 걷고 싶은 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이을 만나기보다는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그저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고단하고 힘든날에 마음으로 다가가면 살포시 내등을 토닥여주는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부족한 내가 위로해 주기 보다는 그의 위로를 더많이 받아 가끔은 나보다더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기도로서도 채워지지 않는 허약한 부분을 어느 한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만나서 기쁜날보다 슬픈날에 불현듯 마음이 찾아가면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ㅡ 내곁에 너를 붙잡다 중 ㅡ 인생이 힘든 이유는 문제를 직면해서 푸는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 가지 않은 길 중에..
2023.05.26 -
공원으로..
제가 요즘 걷기운동 하러 나가는 정원 같은 조그만 공원이다. 오랫만에 나갔더니 봄기운은 사라지고 여름을 맞이 하고 있네요. 유채꽃이 한창이며 겨우내 숨죽였던 황금 사철 나무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 저녁을 일찍 먹고 공원으로 나오면 사람도 없고 한가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어 즐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이 시간은 하루의 일과 중에 행복한 시간이다. 드문 드문 빨갛게 핀 양귀비 꽃은 저를 좋아하는 나를 반기듯 몌쁜 모습으로 뽑내고 있다. 이제 날이 어두어지기 시작하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황금 사철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이 드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삶은 발전한다. 나이가 ..
2023.05.23 -
장미를 보려고.
5월의 장미 / 이해인 수녀님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5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5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당당하게 장미꽃 사이에서 소박하게 피어있는 씀바귀꽃. 안양천의 장미는 예뻤다. 누구의 눈낄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너그러움. 만지지는 말고 눈으로만 보라고 가시를 세워 ..
2023.05.22 -
노은님의 추모전
지난 해 작고한 노은님 화가의 추모전 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5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명은 작가가 2004년 발표한 동명의 그림 에세이 제목이다. 노은님은 예술가로서 자유를 얻기까지 현실적, 내면적으로 겪었던 고통, 곧 ‘짐’이 결국은 ‘날개’가 되어 스스로를 흐르는 물이나 공기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만든다고 책에서 서술했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서양화가 노은님이 18일 독일에서 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76세. 194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0년 독일로 이주해 함부르크의 항구 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했다. 감기에 걸려 출근을 하지 못하던 그의 집을 병원 간호장이 방문했고 우연히 그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되면서 1972년 병원 회의실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이를 계기로..
2023.05.19 -
뉴욕의 가을
뉴욕의 최대 레스토랑 경영자이자 모든 여성들의 흠모의 대상이며 최고의 바람둥이인 윌 킨(리처드 기어)은 그의 레스토랑에서 샬롯(위노나 라이더)을 만난다. 샬롯은 윌에게 반해 있고 윌은 그의 나이의 절반도 안된 22살의 맑고 순수한 샬롯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윌은 여느 여자와 마찬가지로 샬롯과의 미래는 없음을 확실히 밝히고 샬롯은 그에게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린다.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샬롯에 비해 샬롯과 만날수록 그녀에게 진실한 사랑을 느끼며 그녀의 죽음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윌. 윌은 마지막으로 샬롯을 수술받게 하지만 수술은 실패하고 만다. 샬롯을 통해 진실한 사랑을 배운 윌에게 그녀와 함께 보낸 뉴욕의 가을은 짧기만 했다. 윌이 샬롯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깨닫고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되는..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