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도 시

2025. 4. 10. 23:14기억하고 싶은 시

 

 

루가복음  < 15장 11 ~ 32 >   잃었던 아들.  주보에 실렸던 사진.

방탕한 아들 / 존 맥캘란 스완 (1847-1910) / 1888.캔퍼스에 유채. 111.8 ×157.5㎝ / 테이트 브리튼.영국 런던

 

성화해설

방탕한 아들과 되찾은 아들

보통 '돌아온 탕지' ,'방탕한 아들'로 기억되는 예수님의 비유는 작은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존맥캘란 스완은 돼지를 기르던 아들을 그립니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채 어두운 들판을 향한 아들의 등에는 절망이 가득합니다. 아들 뒤에는 붉은 꽃이 피어있고 물독도 있지만,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합니다. 다만 간절한 손만 하늘을 향할 뿐입니다. 성경은 이 비유의 제목을 '되찾은 아들'이라고 적습니다. 아버지가 주어이고 주인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뒤돌아보길, 우리를 되찾길 기다리십니다.

오주열 안드레아 신부 ㅣ 삼양동(선교)성당 주임

 

 

 
 
* 사순절 기도 시 *            

                                      이해인

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 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게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 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판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 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 세운
이상론자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사십일만이라도
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 되게 하소서,

이사십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준 이마 위의 재처럼
차디찬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사는 나

참사랑에 눈 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가를 긋고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 주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
 
 
 
 

                                                 렘브란트  <  돌아온 탕자 . >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들여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

 

                                                                               <  루카 15 . 18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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