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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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고향
언제든 가리라마지막엔 돌아가리라목화 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아이들이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등잔 밑에서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둥글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접중화 싱아 뻐꾹채 장구채 범부채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곰취 참두릅 개두릅 홋잎나물을뜯는 소녀들은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간도깨비 얘기를 즐겼다목사가 없는 교회당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아프리카서 온 반마처럼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메밀꽃이 하ㅡ얗게 피는 곳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서울 구경이 원이더니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
2024.07.19 -
겨울을 보내며..
눈 -나태주 - 빛깔과 내음과 소리로만 떠돌던 그대의 추억 밤 사이 땅 위에 내려와 머물렀습니다. 새하얀 그대의 속살. 겨울나무 - 이정하 -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 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 속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지금 내 안에는 그대보다 더 큰 사랑 그대보다 더 소중한 또 하나의 그대가 푸르디푸르게 새움을 틔우고 있는데 + + + + + + 이제 눈 내리던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남녁엔 매화꽃 잔치가 한창이어도 내가 사는 서울엔 이제야 예쁜 연녹색의 ..
2024.03.11 -
콩 씨네 자녀 교육
'당신에게 내 기도를 주고 싶어요.. 푸르른 꽃씨 같은 사랑의 마음 너와 나는 하나, 같은 꿈속에 피어 우린 모두 선물이 되죠. 당신에게 내 눈물을 주고 싶어요. 따뜻한 그 물결 같은 진실의 마음 , 아픔 없인 줄 수 없는 엄마의 기도처럼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 '코이노니아 , 우리 모두 선물이 된다' 중에서
2024.02.16 -
한해를 맞이하며
새해 새아침에 + 박노해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눈 내린 대지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처럼 새해에는 조금 더 정직해야겠다 눈보라가 닦아놓은 시린 겨울 하늘처럼 그 많은 말들과 그 많은 기대로 세상에 새기려 한 대문자들은 눈송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도 보라, 여기 흰 설원의 지평 위에 새 아침의 햇살이 밝아오지 않은가 눈물조차 얼어버린 가난한 마음마다 새 아침의 태양 하나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우려 한 빛나는 대문자들은 내 안에 새겨온 빛의 글자로 쓰여지는 것이니 새해 새아침에 희망의 무게만큼 곧은 발자국 새기며 다시, 흰 설원의 아침 햇살로 걸어가야겠다.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
2024.01.04 -
한해를 보내며..
송년의 시 / 김사랑 잘가라 지난날이여 어서오라 새날이여 지난 추억과 새희망이 서로 만나는날 아픔과 상처는 잊고 우리 새롭게 시작하자. 나이 한살에 한살을 더하면 생은 무거워지고 사랑의 향기는 옅어지지만 인생의 깊이는 깊어지는것 우리 만남의 인연이 이별이 아니듯 우리가 보낸 날들이 끝이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없듯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은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 즐겁고 아름다운 꿈을 꾸며 새날 새 희망으로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자.
2023.12.31 -
이육사 / 황혼
내 골방의 커어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 십이월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산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 푸른 커어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는 새 냇물 소리 같..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