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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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4월의 노래 - 박목월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데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이 되면 목련꽃과 함께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수원에서 서울로 고등학교를 와서 친구가 없을때 다행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 고1 짜리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우리는 아침마다 같이 등교를 하면서 음악 교과서에 있는 이 노래를 조용히 부르면서 학교를 가곤 했다. 지금은..
2023.04.04 -
법정스님
고요를를 그리다 . 장영숙 연일 아침 안개 하오의 숲에서는마른 바람 소리 눈부신 하늘을 동화책으로 가리다. 덩굴에서 꽃씨가 튀긴다. 비틀거리는 해바라기 물든 잎에 취했는가 쥐가 쓸다 만 멕고모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법당 쪽에서 은은한 요령소리 맑은 날에 낙엽이 또 한 잎 지고 있다. 나무들은 내려다 보리라 허공에 팔던 시선으로 엷어진 제 그림자를 창호에 번지는 찬 그늘 백자 과반에서 가을이 익는다. 화선지를 펼쳐 전각에 인주를 묻히다 이슬이 내린 청결한 뜰 마른 바람 소리 아침 안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2023.03.27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
2023.03.02 -
2월
유유님의 사진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2023.02.07 -
설날 아침
설날 아침 -이해인 詩- 햇빛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가고 안 계신 이 세상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일 년 내내 꼬까옷 입고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네요 식구들 모두 패랭이꽃처럼 환히 웃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펴낸 곳: 분도출판사 *1993년 5월 15일 초판 *이해인 기도 모음[사계절의 기도] 1월의 시 / 정성수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
2023.01.21 -
행복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