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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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는 내리는데..
당신의 외투 김인수 비가 내리면 내 마음은 창밖을 향합니다. 처마 밑에서 떨고 있을 당신이 보입니다. 비가 내리면 문을 반쯤 열어 놓고 당신을 맞이할 따듯한 차를 준비합니다. 창문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당신 목소리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내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두툼한 당신 외투 챙기고 내 영혼의 등불 밝히면서 당신이 돌아오실 동네 어귀에 나갑니다. 비가 내리는 지금 당신은 어느 곳에 잠 드셨는지 당신을 기다리는 외투를 입지 않으시네요. 온기 빠진 당신의 외투는 장승 위에 걸쳐 흐날리고 당신 빈 자리에는 빗물만 고이네요. 김인수 시인은 에서 "부서진 라일락"이라는 작품으로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는 현재 AMG KOREA 대표이사 와 유한양행 OB모임 유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12.06 -
11월의 시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홀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2022.10.21 -
가을 바람
가을바람......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보고 싶은데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 마다 노래가 되는 ..
2022.10.04 -
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채- 당신의 가을숲은 고요하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낮아지는 것임을 채우는 것이 아니고 비우는 것임을 비우지 못하여 무겁기만 한 욕심이 한낱 부질없는 가벼운 낙엽 한 장이었음을 오늘의 행복을 위하여 어제의 숲을 내일까지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푸른 나뭇잎의 작은 흔들림이 여름숲의 가슴을 식혀주듯이 때를 알고 떠나는 얇은 잎새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듯이 나무마다 빨갛게 매달린 열매가 저마다 쓴 인내의 시간들이 있었음을 당신의 침묵은 변함없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건조하지 않은 서정의 당신 새들의 낭만을 노래할 줄 알고 바람의 멋을 즐길 줄 ..
2022.09.27 -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다른 꽃들 사이에서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루이스 글릭 Louise Glu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루이스 글릭(Louise E Gluck) 1943년 생. 미국의 시인이며 수필가로 예일대 영문학과 교..
2022.09.22 -
달빛기도
달빛기도. 이해인 사랑하는 당신에게 추석인사 보냅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동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 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 버리고 좀더 둥글어 지기를 두손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