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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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보면 인생은 한나절 /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 나절... 아침에 복사꽃으로 눈 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
2018.01.10 -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
2017.12.23 -
12월의 시
12월-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
2017.12.09 -
11월의 시 / 이외수
11월의 시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을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
2017.11.24 -
가을엔 맑은 영혼이 그립다.
가을엔 맑은 영혼이 그립다 -이외수- 올 가을엔 영혼이 맑은 인연 하나 내 곁에 두고 싶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
2017.10.16 -
이반 투르게네프 / 거지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어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 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헤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푼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