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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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기형도 꽃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앓는 그대 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21.09.18 -
9월
9월 - 이외수 -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 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2021.09.01 -
존재 그 쓸쓸한 자리
존재 그 쓸쓸한 자리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들판에 우리 서 있나니 인생, 그 쓸쓸함에 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함에 대하여 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감고 있는데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늘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이겠지 그런 ..
2021.01.08 -
겨울비
겨울비 詩 /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2021.01.03 -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인, 소설가 출생1950년 01월 03일 (만 70세) 경상남도 하동 학력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졸업),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졸업) 데뷔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첨성대'' 당선
2020.07.29 -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와 메밀묵 사려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
2020.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