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
문정희 / 부부
부부 - 문정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 만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
2019.05.30 -
외로울때는 외로워하자.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 안도현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
2019.05.04 -
벗꽃그늘아래 앉아보렴
이미 벗꽃은 거의 다 지고 있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
2019.04.27 -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를 읽는다 박완서(1931 ~ 2011)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
2019.04.07 -
무지개 빛깔의 새해엽서 / 이해인
무지개 빛깔의 새해엽서 - 이 해 인 - 빨강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있는 모든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그 타오르..
2019.01.01 -
늘, 혹은 때때로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 늘, 혹은 때때로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 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
201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