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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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이 해 인 봄이 오면 나는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산에서 바..
2016.02.25 -
12월의 독백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
2015.12.19 -
전 박정희 대통령의 시
旻影) (어느 마을에서 어느 **을 보고 눈물짓는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육영수여사) 춘삼월 소묘 --박정희 벚꽂은 지고 갈매기 너울너울 거울같은 호수에 나룻배 하나 경포대 난간에 기대인 나와 영수 노송은 정정 정자는 우뚝 복숭아꽂 수를 놓아 그림이고야 여기가 경포대냐 고인도 찾더..
2015.07.19 -
이사
1.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 형광등 불빛이 켜지고 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 책상에서 더듬 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 잔의 커피와, 담배와, 새벽녘의 그 몹쓸 파지들 위로 떨어지는 마른 기침소리 누가 왔다 갔는지 때로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그 환한 ..
2015.07.07 -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2015.05.21 -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기도
산책 나갔던 목감천에서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기도. /한문석 싱그러운 아침 햇살 넘어 여명이 밝아오면 맑고 고운 새소리에 당신의 하루가 기쁨과 행복 속에 희망찬 하루를 열어 갈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론 힘들고 가슴 아픈 시련이 다가올지라도 언제나 밝고 ..
201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