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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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벌판에서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
2014.12.14 -
12월의 시
청주에서 14. 12.3 12월의 시 - 이해인 - ​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요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
2014.12.02 -
봄이 오면 나는 ..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
2014.04.04 -
해바라기 / 이해인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도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안에서 올올이 뽑는 고은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
2014.02.03 -
밥풀 / 권영상
밥 풀 - 권 영 상 -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깥을 나가려든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바쁜 발 걸음 아래에서도 발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밟히면 그 순간 으깨어지고 마는 두려움, 그런 두려..
2014.01.29 -
겨울 길을 간다 / 이혜인
사진; 류 철 겨울 길을 간다 / 이 혜 인 겨울 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힌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