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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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쓸쓸한 자리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
2013.12.06 -
황혼 / 이육사
황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어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2013.09.05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 외 수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
2013.02.12 -
정동진 /정호승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
2012.12.28 -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습니다./ 이채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습니다 詩 /이채 살다 보면 사는 일이 쓸쓸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도 좋고 갈매기와 구름만 오가는 섬도 좋고 현실과 멀면 멀수록 좋은 그곳으로 복잡한 생각, 복잡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사..
2012.12.07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