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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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눈 / 기형도
밤눈 /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
2012.11.22 -
끊긴전화
끊긴전화 -도종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
2012.11.18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잎의 여자 1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
2012.11.13 -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왠지 초라해진 내 모습을 바라보며 우울함에 빠진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내 미음에 그대의 모습이 젖어 들어온다 빗물에 그대의 얼굴이 떠오른다 빗물과 함께 그대..
2012.10.22 -
목마와숙녀
박인환 "목마와 숙녀"에 대하여 모든 떠나간 것들에 대한 애상과 그리움 박인환(1926-1956)은 김수영(1921-1968), 김경린(1918- ), 조향(1917- ) 등과 더불어 1950년대 모더니즘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시의 특징은 6.25 전쟁 이후에 널리 퍼진 허무주의와 상실..
2012.10.14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 /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