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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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고 신석정 팔월에 못다한 우리들의 이야긴 아예 뜨거운 가슴에 간직하고 말자. 저 구월 하늘을 스쳐가는 구름을 불러 조용조용히 띄워보내도 좋겠지. 이윽고는 고동색으로 물들은 낙엽송 가는 가지사이로 흘러올 저 쪽빛 구월하늘을 어루만지며 우리들의 마음을 띄워보내도 좋겠지 투박한 석류가 상달을 앞질러 날로 파열을 도모하는 뜨락에 대숲에 뜨는 소슬한 바람을 재우고 다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재우고 긴 꽃향기 지치게 달려드는날엔 추석날처럼 즐겁게 이생을 생각하고 언제나 빛내야 할 내일을 생각하고 오늘은 베토벤 '운명'이라도 들어야지.
2022.09.05 -
부르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대
부르면 눈물이 날것 같은 그대 /이정하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부르면 눈물이 날것 같은 그대의 이름이 있습니다. 별이 구름에 가렸다고 해서 반짝이지 않는 것이 아닌것 처럼 그대가 내 곁에 없다고 해서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식은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사랑엔 늘 맑은 날만 있은 것은 아니였습니다. 어찌 보면 구름이 끼여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렇다고 해서 난 좌절하거나 주저 앉지 않습니다. 만약 구름이 없었다면 어디서 축복의 비가 내리겠습니까. 어디서 내 마음과 그대의 마음을 이어주는 무지개가 뜨겠습니까. 내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2022.08.25 -
이외수
더 깊은 눈물 속으로 ___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
2022.08.22 -
8월의시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 해도 나는 아직 바다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 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린 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
2022.08.06 -
청포도
이육사(李陸史, 1904 ~ 1944) 시인 · 독립운동가.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원록(源綠). 육사라는 이름은 형무소 수인 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1933년 ‘황혼’으로 등단하여 1937년 “자오선” 동인으로 잠시 활약했다.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이 풍부한 시풍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비극과 저항 의지를 노래하였다.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으로 “육사 시집”(1946)이 있다. < 다음 백과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 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인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2022.07.15 -
이외수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