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시(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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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 곽 재 규 - 막차는 좀처럼 오지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고 있었다. 내면 깊..
2011.02.25 -
약해지지마
< 말 > 무심코한 말이 얼마나상처 입히는지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나는 서둘러그 이의마음속으로 찾아가미안합니다말하면서지우개와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친절을 베풀면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그걸 꺼내기운을 ..
2011.02.21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
2011.02.14 -
기형도의 빈집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
2011.02.04 -
연탄 한장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
2011.01.24 -
새해 약속은 이렇게
새해 약속은 이렇게 - 이해인 - 또 한 해를 맞이하는 희망으로 새해의 약속은 이렇게 시작 될 것입니다.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자 안밖으로 힘든 일이 많아 웃기 힘든 날들이지만 내가 먼저 웃을 수 있도록 웃는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우울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한 이들에게..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