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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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으로..
제가 요즘 걷기운동 하러 나가는 정원 같은 조그만 공원이다. 오랫만에 나갔더니 봄기운은 사라지고 여름을 맞이 하고 있네요. 유채꽃이 한창이며 겨우내 숨죽였던 황금 사철 나무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 저녁을 일찍 먹고 공원으로 나오면 사람도 없고 한가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어 즐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이 시간은 하루의 일과 중에 행복한 시간이다. 드문 드문 빨갛게 핀 양귀비 꽃은 저를 좋아하는 나를 반기듯 몌쁜 모습으로 뽑내고 있다. 이제 날이 어두어지기 시작하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황금 사철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이 드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삶은 발전한다. 나이가 ..
2023.05.23 -
두 달만에 외출
반포. 잔잔하게 밀려오는 혼자만의 어느 행복했던 기억 , 남몰래 입가에 희미한 미소 짓는 순간, 일상에서 지나쳤던 사소한 고민과 기쁨까지 기억하는 이 곳 . 내가 살던 곳은 무너져 내리고 이제는 옛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젊은 날의 그리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잠수교를 건너기 위한 다리는 여전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건재하다. 우리가 이사 간 후에 들어선 신세계강남점 앞.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옆의 신세계에서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두달만에 외출을 했다.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나갈 수 있었다. 몇년 만의 만남이어도 어제 만난듯 어색함 없이 마냥 기쁘기만 하고 세월은 껑충 뒷걸음으로 반세기를 돌려 놓은 듯이 나이도 잊고 있었다. 그렇게 만남은 태평양을 건너 이루어졌다.
2023.05.04 -
어머님기일
오늘은 어머님 22주년이 되는 기일이었다. 제사는 큰댁에서 지내니 아침에 성당 연미사를 신청했었다. 얼마 동안 허리가 아파서 평화방송 미사를 대신했었는데 오늘은 좀 편해진것 같아 한 달만에 성당을 갔다. 돌아가신 다음에 아무리 후회하고 애달아해도 아무소용이 없는걸.. 미사드리는 내내 어머님께 살뜰히 잘 보살펴드리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드니 나이 드신분들의 고충을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안계시다. 있을때 잘해 하는 노랫말의 가사가 명언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잘해야하는데...
2023.04.30 -
별거 다 해본다.
2018년 4월30일 군포철죽동산에서 이 아름다운 계절 나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방에서 지나간 영화를 TV에서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모두가 꽃놀이를 간다고 아우성이지만 그건 나에게 지금은 사치다. 봄에 어디를 가겠다던 계획도 모두 물 건너 가고 윌체어만 타고 동네 병원만 오가고 있다. 넘어진게 화근이었다. 정말 내일을 알 수가 없는게 우리네 인생이다. 제부가 저 세상으로 갔다. 젊어서 여기 저기 여행도 같이 많이 다녔었는데 몇 년을 몸이 불편해서 안나가고 집에만 있더니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을 두고 가 버렸다. 산다는게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불확실한 미래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느껴진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이 났는지. 그 옛날 최희준이 부르던 "인생은 나그네길" 최희준..
2023.04.11 -
아름답게 늙고 싶다.
노년은 노년대로의 창조적인 충동과 힘을 키울 수 있다. 오래 살았다는 것밖에는 남길 것이 없는 늙은이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없다. 하루 해가 벌써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저물어가도 귤(mandarin orange) 향기가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일생의 말로인 만년(晩年)은 마땅히 정신을 백배나 더 차려야 할 때이다.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슬기의 걸작이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아름다운 터득이다. 그러니 허투루 살 수 없다.
2023.02.20 -
한 살 더 먹을 결심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정수리 근처 머리카락을 들춰보며 삐죽 솟은 새치를 찾게 될 줄 몰랐고, 오후가 되면 반쯤 감은 눈으로 모니터의 글자 크기를 최대로 키워야 겨우 뭔가 볼 수 있게 될지 몰랐다. 밥 먹을 때마다 립스틱과 함께 치실을 꼭 갖고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 실컷 소리 높여 재밌는 얘기라고 떠들다 어느 순간 ‘아, 이 얘기 전에 했었지’ 깨닫고 부랴부랴 화제를 돌리게 될 줄은, 나는 정말 몰랐다. 평생 관심도 없던 피부과 시술이나 영양제를 검색하게 된 것도 포함해서…. 누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는가.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가혹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결코 아니다. 일단 몸이 바뀌고, 체력이 달린다. 존재조차 잊..
2023.01.14